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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관중생품

그 때에 문수사리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이 어떻게 중생을 관하나이까?”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만든 사람을 보듯이, 보살도 중생 보기를 그렇게 하나이다. 마치 지혜있는 사람이 물 가운데 달을 보듯 하며 거울 가운데서 자기의 얼굴을 보듯 하며, 
더울때에 아지랑이 보듯 하며 소리를 외칠적에 메아리 같이 여기며 허공 가운데 구름 같이 여기며, 
물위에 뜬 거품같이 여기며, 
파초의 굳은 고갱이 같이 하며, 
번개가 머무는 동안과 같이 여기며 다섯째 대(大)와 같이 여기며, 
여섯째 음(陰)과 같이 여기며 일곱째 식정(識情)과 같이 여기며, 
십삼입과 같이 하며, 
십구계와 같이 하나니, 보살의 중생을 관하는 것도 그와 같이 하나이다.
무색계의 빛깔과 같이 하며, 
볶은 곡식이 싹트는 것 같이 하며, 
수다원의 몸이란 소견 과 같이 여기며, 
아나함의 태중에 든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아라한의 삼 독과 같이 여기며, 
법인을 얻은 보살의 탐심진심과 파계한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부처님이 번뇌가 있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소경의 빛깔 본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멸진정에 든 사람이 숨쉰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허 공 가운데 새 발자국과 같이 여기며, 
열반 얻은 이의 몸 받는다는 것과 같이 여기며, 
연기 없이 불탄다는 것과 같이 여기어 보살이 이렇게 중생을 관하나이다.”
“보살이 그렇게 관할진대 어떻게 사랑을 행하나이까? ”
“보살이 이렇게 관하고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을 위하여 이런 법 을 말하리라 하나니, 이것이 진실한 사랑이니라. 적멸한 사랑을 행하나니 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뜨겁지 않은 사랑을 행하나니 번뇌가 없기 때문이며, 
평등한 사랑을 행하나니 삼세가 평등한 때문이며, 
다툼이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일어날 것이 없기 때문이며 둘 아닌 사랑을 행하나니 안과 밖이 합하지 않은 때문이며 망가지지 않는 사랑을 행하나니 끝까지 다한 때문이며, 
견고한 사랑을 행하나니 마음을 망 가칠 수 없기 때문이며, 
청정한 사랑을 행하나니 법의 성품이 깨끗한 때문이며, 
갓이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허공과 같은 때문이며, 
아라한의 사랑을 행하나니 번뇌 도적을 물리친 때문이며, 
보살의 사랑을 행하나니 중생을 편안케 하기 때문이며, 
여래의 사랑을 행하나니 진여를 증득한 때문이며, 
부처님의 사랑을 행하나니 중생을 깨우치기 때문이며, 
자연스러운 사랑을 행하나니 원인없이 얻은 때문이며, 
본래의 사랑을 행하나니 평등 한 한 맛인 때문이며, 
비교할 데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모든 애착을 끊은 때문이며 대비의 사랑을 행하나니 대등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며, 
싫증냄이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공하여 내가 없기 때문이며, 
법을 보시하는 사랑을 행하나니 아낌이 없기 때문이며, 
계행 지니는 사랑을 행하나니 파계한 이를 교화하기 때문이며, 
욕된 일을 참는 사랑을 행하나니 저라 내라 하는 생각을 막기 때문이며, 
정진하는 사랑을 행하나니 중생구제의 책임을 지 기 때문이며, 
선정의 사랑을 행하나니 세속맛을 받아들이지 않은 때문이 며, 
지혜로운 사랑을 행하나니 때를 잘 맞추어 교화하기 때문이며 방편인 사랑을 행하나니 온갖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숨김이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곧은 마음이 청정한 때문이며, 
깊은 마음의 사랑을 행하나니 잡된 행이 없기 때문이며, 
속임이 없는 사랑을 행하나니 거짓이 없기 때문이며 안락한 사랑을 행하나니 부처님 법락을 얻게 하기 때문이라. 보살의 사랑은 이러한 것이니다. ”
“어떤 것을 어여삐 여김이라 하나이까? ”
“보살의 짓는 공덕을 모두 중생으로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니다. 어떤 것을 기뻐함이라 하나이까? 이익케 한 것이 있으면 기뻐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니다. ”
“어떤 것을 버림이라 하나이까? ”
“지어 놓은 복덕에 대하여 과보를 희망함이 없기 때문이니다. ”
문수사리는 또 물었다.
“나고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니 보살은 무엇을 의뢰하나이까?”
“보살이 나고 죽는 두려움 속에서는 여래의 공덕의 힘을 의뢰하나이다.”
“보살이 여래의 공덕을 의뢰하려면 무엇에 머물러야 하리이까?”
“보살이 여래의 공덕을 의뢰하려면 일체 중생을 제도하려는데 머물러야 하나이다.”
“중생을 제도하려면 무엇을 없애야 하리이까?”
“중생을 제도하려면 번뇌를 없애야 하나이다.”
“번뇌를 없애려면 무엇을 행하여야 하리이까?”
“올바른 생각을 행하여야 하나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생각을 행함이니까?”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을 행하나이다.”
“무슨 법이 나지 않고 무슨 법이 없어지지 않나이까?”
“나쁜 법이 나지 않고 착한 법이 없어지지 않나이다.”
“나쁜 법과 착한 법에는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몸이 근본이 되나이다.”
“몸에는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탐욕이 근본이 되나이다.”
“탐욕에는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허망한 분별이 근본이 되나이다.”
“허망한 분별은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거꾸로 돈 망상이 근본이 되나이다.”
“거꾸로 돈 망상은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머무를 바 없는 것이 근본이 되나이다.”
“머무를 바 없는 것은 무엇이 근본이 되나이까?”
“머무를 바 없는 것은 근본이 없나니 문수사리여, 머무를 바 없는 근본으로 알아 온갖 법을 세웠나이다.”
그 때에 유마힐의 집에 한 천녀가 있더니, 여러 하늘 사람들을 보며 법문하는 말을 듣고, 몸을 나타내면서 하늘 꽃으로 여러 보살네와 큰 제자들에게 흩었다. 그 하늘 꽃이 보살네에게 흩은 것은 곧 땅에 떨어 졌으나, 큰 제자들에게 흩은 것은 몸에 붙고 떨어지지 않았다.
여러 제자들이 그의 신통력으로 꽃을 떨어 내리려 하여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에 천녀가 사리불에게 물었는데 그 이유는 
“이 꽃은 분별이 없건마는, 스님이 스스로 분별하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불법에 출가한 이로서 분별을 내는 것은 법답지 못한 것이요. 분별이 없으면 그것이 법 다운 것입니다.꽃이 붙지 아니한 저 보살네는 온갖 분별하는 생각을 끊 은 탓이오니, 마치 사람들이 두려워하면 귓것(鬼物)들이 짬을 타서 장난 하는 것과 같이, 스님네들이 생사를 두려워하시므로 빛깔. 소리. 냄새. 맛 부딪히는 것들이 짬을 타는 것이오나, 두려움이 없는 이는 모든 오욕이 어찌하지 못하오며 번뇌. 습기가 끝나지 못퓸駭째 내가 이 집에 있는 지는 노장님의 해탈과 같나이다.”
“그렇게 오래 되었는가?”
“노장님 해탈을 오래다 하오리까?”
사리불은 이 말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노장님, 연령이 많으시고 지혜가 많으시면서 어찌하여 대답이 없나이까?”
“해탈이란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이므로 내가 대답할 바를 모르노라.”
“말이나 글자도 모두 해탈입니다. 그 이유는, 해탈이란 것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고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온데, 말과 글자를 떠나서 해탈을 말하려 하지 마십시요. 왜냐하면, 온갖 법이 모두 해탈인 때문이니이다. 아니, 음욕과 성내는 무명을 여의는 것을 해탈이라 하지 아니 하는가? 부처님께서 증상만(增上慢 : 일곱가지 거만의 하나. 훌륭한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증득 했다고 하는 것)사람들을 위하여 음욕. 성내는 것. 무명을 여의는 것으로 해탈이라 하였아오나, 만일 증상만 사람이 없으면 음욕. 성내는 것. 무명의 성품이 곧 해탈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나이다. ”
“좋다, 좋다. 천녀여, 그대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증득하였기에 변재가 그렇게도 훌륭한가?”
“나는 얻은 것도 없고 증득한 것도 없으므로 이야기가 이만하거니와 만일 얻은 것이 있는 이는 불법 중에 증상만이 되나이다. ”
“천녀여, 그대는 삼승에 대하여 어느 것을 구하려는가? ”
“성문법으로 중생을 교화할 적에는 내가 성문이 되고, 인연법으로 중생을 교화할 적에는 벽지불이 되고 대비법으로 중생을 교화할 적에는 내가 대승이 되거니와, 사리불님, 마치 사람이 담복꽃 숲에 들어가면 담복 향기만 맡고 다른 향기는 맡지 못하는 것 같이, 이 집에 들어오면 부처님 공덕의 향기만 맡고, 성문이나 벽지불(부처없는 세상에 나서 꽃이 피고 잎이 지는 무상한 인연을 보 아 깨달음을 얻은 이, 연각. 독각 이라고 한다.) 공덕의 향기는 맡기를 좋아하지 않나이다.
사리불님,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이나 사천왕이나 하늘 사람이나 용이나 귀신들이 이 집에 들어와서 이 어른들의 정법을 강연하심을 듣고는, 모두 부처님 공덕의 향기를 좋아하여 발심하고 나가나이다. 사리불님, 내가 이 집에 있은 지 열 두 해로되, 애초부터 성문이나 벽지불 법문을 듣지 아니하였고, 보살의 대자대비하고 불가사의한 부처님 법문만 들었나이다.”
“사리불님, 이 집에는 언제든지 여덟가지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 있으니, 무엇이 여덟 가지냐 하오면, 이 집에는 항상 금빛 광명이 비치어 밤과 낮이 한결같고, 해와 달빛이 비치어 밝은 것이 아니오니 이것이 첫 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 들어 오기만 하면 여러가지 번뇌의 시끄러움을 받지 아니 하나니, 이 것이 둘째로 희유하고 만나 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는 언제든지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과 다른 세계 보살들만이 와서 모이어 끊이지 아니하니, 이것이 세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서는 항상 물러나지 않는 육바라밀법만 연 설하나니, 이것이 네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서는 언제든지 천상 인간에 제일 가는 풍악을 잡히고 한량없이 불법으로 교화 하는 곡조를 타나니, 이것이 다섯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는 큰 광이 있고 온갖 보배가 가득 쌓여 있어 가난한 사람들 에게 나누어 주어도 끝이 없나니, 이것이 여섯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요, 이 집에는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아촉불.보덕불.보염불.보월불.보업 불.난승불.사자향불.일체이성불 이러한 시방 무량 제불들이 계시다가 이 어른이 생각만 하면 오시어서 여러 부처님의 비밀한 법문을 연설하시며, 
연설을 마치고는 곧 돌아가시나니, 이것이 일곱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며, 
이 집에는 찬란하게 장엄한 천왕들의 궁전과 부처님네의 정 토가 모두 나타나니, 이것이 여덟째로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옵니다.”
“사리불님, 이 집에는 언제든지 이러한 여덟가지 희유하고 만나기 어려운 법이 있삽거늘, 누가 이 불가사의한 일을 보고서 다시 성문법을 좋아하리이까?”
“그대는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아니하는가?
“내가 십이년 동안이나 여자 모양을 찾아 보아도 찾지 못하였는데 무엇을 바꾸겠나이까?”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여인을 만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 한다면, 이 사람의 묻는것이 옳겠나이까?”
“옳지 아니하다. 요술로 만든 사람은 일정한 모양이 없는 것이어늘 무엇을 바꾸겠는가?”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일정한 모양이 없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 고 묻나이까?”
그 때에 천녀가 신통력으로 사리불을 변화시켜 천녀를 만들고, 자기는 몸을 변화하여 사리불이 되도록 바뀌어졌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
“사리불님이 능히 그 여인의 몸을 바꾼다면, 이 세상의 모든 여인들도 몸을 바꿀 것이옵니다. 마치 사리불님이 본래 여인이 아니로되 여인의 몸을 나타내듯이, 모든 여인들도 또한 그리하여 여인의 몸을 가졌지만 여인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니라 하셨나이다.”
그 때에 천녀가 신통력을 도로 거두니, 사리불의 몸도 예전과 같이 되었다.
“사리불님, 여인의 모양이 지금은 어디 있나이까?”
“여인의 모양이 있는 데도 없고 없는 데도 없노라. 모든 법도 또한 그리하여 있는데도 없고 있지 않은 데도 없사오니, 있는데도 없고 있지 않는데도 없다는 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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